세상이 너무 시끄러워
사람들이 자기 마음소리도 못 듣는 시대다.
사랑은 말보다 빠르게 식고,
기억은 알림보다 짧게 남는다.
누군가는 여전히 "진심"을 말하지만,
정작 그 안에 책임은 없다.
누군가는 "풍류"를 논하지만,
그 속에 예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사랑을 말하는 당신,
그 말 끝에 기억될 용기는 있는가?
관계를 맺는 당신,
그 손끝에 지켜낼 책임은 있는가?
이 책은
그런 당신을 위한 한 장의 거울이자,
흩어진 마음을 묶어주는 문장이다.
《訓民風書》라 이름하되,
이는 단지 고전체 시집이 아니다.
풍류를 잃은 세상에서
사람을 다시 바라보게 하려는 시도다.
사내가 쉽게 사랑을 말할 수는 있어도,
쉽게 꺼낸 말이 누군가의 밤을 울게 한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인이 쉽게 울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누군가의 입술을 위한 문장이 아니라,
누군가의 심장에 남을 책임의 언어를 담고자 한다.
그대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혹은 사랑한 적 있다면,
혹은 사랑을 말할 용기가 사라졌다면—
이 책을 펴시라.
사랑의 온도는 낮아졌을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은 아직 식지 않았다.
풍류는
지금도 우리 곁에서
책 한 장, 말 한 줄, 침묵 한 호흡 속에
살아 있다.
풍류란 본래 바람처럼 가볍고 물처럼 흘러야 한다 하였으나,
지금은 그 이름이 가벼운 말장난과 방탕의 가면이 되어 버렸다.
조선 시절이라면 풍류는 곧 격(格)이요, 절제된 자유,
시 한 수 지어 술상 위에 올리는 대신
누이의 마음은 손끝으로도 넘보지 않던 정신이었다.
현대는 어떤가?
사랑은 앱에서 시작되고,
이별은 채팅창에서 끝나며,
진심은 종종 이모티콘 몇 줄에 밀린다.
"지금, 당신이 말하는 사랑은 책임이 깃든 말인가?"
"당신이 껴안은 자유는 누군가의 마음을 짓밟고 있진 않은가?"
즉, 풍류란 시대를 달리해도 타인의 마음을 존중하는 기술이며,
그 기술은 지금, 다시 배워야 할 삶의 태도가 되었다.
此夜(月夜) 달 밝아 風(바람)이 도니,
人心(인심)亦隨之(역수지)하여 흔들리나—
벗은 그 바람의 盡處(진처)에서
自ら(자기라)를 굳게 묶고자 筆(붓)을 들었나이다.
風流(풍류)라 쓰되, 벗은 遮羞(차수)로 숨기지 아니하며
情(정)이라 말하되, 그대의 涙(눈물)에 기댐이 아니하나니.
벗의 愛(애)는 짧지 않되 輕薄(경박)치 않고,
벗의 香(향)은 은은하되 떠나지 않으며,
벗의 言(언)은 月(달)처럼 明澈(명철)하되
耀眼(요안)하지 아니하여
늘 그대 곁 影(영) 되어 머물고자 하옵니다.
此夜之誓(차야지서)는 벗이 누구의 心(심)을 盜(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己心(기심)을 失(실)치 않기 위한 誓文(서문)이니—
風流를 품되, 放蕩(방탕)치 않고
情分(정분)을 느끼되, 犯罪(범죄)하지 않으며
愛(사랑)하되, 任(책임)을 잊지 않겠노라.
사내의 마음이란 한 줄로 그릴 수 없는 것, 햇볕엔 짙어지고, 달빛엔 번지는 것. 그 흐름은 바람 같고, 그 무늬는 물결 같으니— 그 길 위엔 일곱 겹의 유혹이 존재하도다.
사람의 마음은 낯설고 금지된 곳에 끌리되, 진심은 오래 머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는 법.
'1도'의 욕망보다, '7처'의 평범함을 다시 바라볼 줄 아는 남자야말로 진정한 사내일지니라.
남의 것이라 더욱 곱다 하니, 눈이 먼저 죄를 짓는 줄 모르고,
사양할수록 더 타는 그 불꽃, 1도는 먼저 가슴을 훔치네.
아랫자리 부른 이름 낮으나, 눈짓 한 줄 높이 올라붙고,
담장 너머 정이란 놈 모를 때, 2비는 슬그머니 발목을 감네.
햇살처럼 아직 물들지 않은, 어린 듯 똑부러진 말 한 마디,
사랑인지 욕망인지 헷갈릴 때, 3낭이 남자의 철을 벗기네.
고요한 방 오래 닫은 여인, 창백한 눈빛에 담긴 옛사랑,
한 번쯤 품어주고픈 구원감, 4과는 슬픔 속에 길을 놓네.
말보다 웃음이 먼저 무너져, 술보다 깊은 눈빛 마주치면,
가면 쓴 진심에 자꾸 빠지게 되는, 5기는 사랑 아닌 꿈을 팔고.
내 집 아닌 내 사람이라 하며, 그림자 속 숨겨둔 달빛 같은,
지우지도 못하고 말 못할 때, 6첩은 죄의 속살을 안고 자네.
늘 곁에 있어 눈에 덜 띄지만, 밥 짓고 기다리는 그 손길에,
세상이 무너져도 돌아갈 이름, 7처는 마지막 사랑이라네.
"七妻라 하나, 그 한 사람이 이혼의 서명을 마치는 순간
다시 '1도(盜)'의 경계로 돌아가게 되나니—
바람은 집 밖에서 시작되지만, 그 뿌리는 집 안의 외로움이니라."
"빼앗기기 전에 살펴보고,
놓치기 전에 붙잡는 것이 진정한 풍류라 하였도다."
바람은 흔들리나, 나무는 뿌리를 잃지 않듯,
사내는 방황하되, 여인은 중심을 지키는 법이라.
사내의 마음은 새벽 강물 같도다.
햇살 한 줄기에 빛을 쫓아 흘러가고,
작은 말 한마디에 방향을 바꾼다.
그 마음은 늘 '지금'에 뜨겁고, '다음'에 갈증이 많도다.
반면 여인의 마음은 갯벌의 진흙 같도다.
발은 쉽게 빠지지만, 그 속은 단단하고 오래 품는다.
말보다 눈빛이 길고, 침묵보다 사랑이 더 많은 이들이다.
사내는 바람처럼 닿고 떠나며 사랑을 말하되,
여인은 불처럼 오래 타며 침묵으로 지킨다.
그래서 사내의 사랑은 흔히 후회로 끝나고,
여인의 사랑은 종종 상처로 남는다.
"밤은 고요하나, 그 속에서 여인의 사연은 매번 불붙는다."
— 붓 끝에서 피어난 진심의 고백들
밤마다 핸드폰 불빛 속에 머물던 그의 이름.
그러다, 어느 날부터… 내 이름이 울리지 않더이다.
연락은 끊겼고, 마음도 끊겼고, 미련만 연결되어 남았나이다.
그대는 사랑이라 했지만, 나는 부르지 못한 이름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찻잔 두 개 중 하나는 늘 따뜻했으나,
지금은 먼지만 쌓인 채 고요하더이다.
마음이 식는 건 티도 없이 진행되나,
식은 후엔 아무리 데워도 그 맛이 돌아오지 않사옵니다.
비가 오면 생각납니다.
약속 장소 앞에서 2시간을 서 있던 내 모습이.
그날 그는 오지 않았고, 나도 다시는 그를 찾지 않았사오나—
빗소리에 마음이 젖는 건 여전하옵니다.
데이트 약속을 앞두고 사둔 원피스.
단 한 번도 입지 못한 채 세월이 지났고,
지금은 꺼낼 수도, 버릴 수도 없나이다.
그 옷은 나보다 그의 눈빛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옵니다.
사랑은 장작이어야 하옵니다.
타다가 식지 않고, 불꽃이 다할 때까지 따뜻해야 하옵니다.
벗이여, 마음이 식었다면 그대는 장작이었는지, 숯이었는지 자문하시옵소서.
사랑이 무거워 도망친 자가 '풍류'를 핑계로 삼아선 아니 된다.
마음의 경솔함을 자유라 부르며 타인의 눈물을 즐기는 자여,
그대의 입은 詩를 읊되, 손끝은 누군가의 자존을 허물고 있도다.
가끔은 사람이 흔들릴 수 있으나, 습관된 외도는 병이옵니다.
사내가 진심을 다해 한 사람을 향하지 못한다면,
그 입의 다정함은 오히려 칼이 되어 누군가의 심장을 벨 것이니라.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 말하며
여러 사람의 감정을 한 사람의 욕망으로 모으는 자는
진심을 유희로 삼는 기만자이니, 그 궤변을 스스로도 믿지 못하도다.
술이 취해 시를 짓는다 하더라도, 눈은 흐리지 말아야 하며,
웃음이 넘치더라도 손은 분수를 넘지 않아야 하옵니다.
여인의 마음은 꽃이 아니라 자존의 결실이니, 흩트리지 말지어다.
곁에 두고픈 이를 위한 풍류는 품격이지만,
여러 이에게 던지는 말의 향연은 독이 된다.
풍류는 적당한 간격 속에서만 향기롭도다.
"풍류란 이름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희롱하는 이여,
그대는 시인이 아니라, 서글픈 장난꾼에 지나지 않으리."
혼자 불태운 사랑이 사랑이었는지,
혹은 착각이었는지를 묻는 밤.
그대는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나
나는 수십 번 속으로 불러보았소.
"내가 사랑한 게 사랑이었는지,
내가 바란 게 착각이었는지,
그대는 아직도 답하지 않소."
눈물은 그대가 빌려 쓰고,
상처는 내 것이 되었소.
그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떠났으나,
나는 그날부터 달빛만 보면 무너졌소.
우리는 사랑하지도,
그렇다고 남도 아니었던 사이.
이름조차 불분명했던 그 관계 속에
나는 나만의 연애를 했소이다.
미움보다 무서운 건 가끔 떠오르는 따뜻함이었소.
그 몇 번의 온기가 내 전부를 붙들고 있었던 거요.
"다 끝났다고 말해도,
그대 목소리만 들리면
아직 시작 중인 듯 가슴이 뛴다오."
그대요,
내게 준 건 이별이었고,
내가 드리는 건 마지막 예(禮)요.
남은 미련은 벽에 걸어두고
그대의 길에 복이 있길 빌겠소이다.
사내의 그늘에 묻혀 사는 것은,
조선의 달빛 아래서조차 어두운 운명.
허나 이젠 말하노라.
나는 누구의 그림자도, 누구의 분신도 아닌
오롯한 내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받아도 꺾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자 태어났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참고,
누이의 누이가 울음을 삼켜야 했던 시간들.
그러나 이젠 누가 말하노라.
'참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침묵 속 상처를 키우는 일임을.
그대가 떠난 후에야 알았소.
내가 잃은 건 '사랑'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음을.
사랑을 위해 나를 소진한 날들—
이제는 내 이름을 사랑하려 하오.
이제 나는 누군가의 '구원'이 아니라,
스스로의 등불이 되고 싶소.
나를 구해줄 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설 이가 필요하오.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흔적을 남기지 않듯이—
사랑 또한 가장 깊은 것은
말없이 머물다 사라진다.
글은 누구를 탓하기 위함이 아니었고,
노래는 누구를 그리기 위한 것도 아니었으며,
풍류는 누군가를 얻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놓은 후에도 지켜야 할 품격이었다.
"진짜 사랑은 남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도 향을 남기는 것이다."
벗이여,
우리가 사랑이라 여겼던 많은 것들이
지나고 보니 욕망이었고,
품었다 여겼던 순간들이
결국은 집착이었으며,
지켰다 자부했던 감정들이
누군가에겐 무거운 짐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나이다.
붓의 무게는
가벼운 말보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에 실려야 하며—
지금 이 마지막 문장은
언젠가 사랑했던 자들의 심장에
아주 오래도록
고요히 머물기를 소망하나이다.
《풍류는, 잊히지 않아야 할 태도입니다.》
흔들리되, 남기지 말고
사랑하되, 책임하라.
그리고 떠나되, 곱게 떠나라.
훈민풍서가 이리 쉬이 덮일 수는 없나이다.
진짜 이야기는
아직 그대의 손끝에도,
여인의 옷고름 안쪽에도 남아 있사옵니다.
"다음 장부터는,
차마 글로 남기지 못했던
옷고름 속 사연과, 치맛자락 밑에 눌러둔 진심이
속편의 이름으로 피어날 것입니다."